[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총기 해방구' 미국의 비극…수백년 흑백갈등, 끝내 공권력을 쏘다

입력 2016-07-10 18:14  

"백인경찰을 죽이고 싶었다"
흑인, 백인경찰 총격에 잇단 사망
댈러스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 중 해외 참전용사가 매복 사격
경찰관 5명 죽고 7명 다쳐

서부개척시대 총기규정 그대로
미국서 하루 92명꼴 '총기 사망'…미국, 세계 총기 절반 가까이 보유
규제법안 5년간 100여건 발의…통과된 것은 한 건도 없어



[ 워싱턴=박수진 기자 ]
지난 7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12명의 경찰 사상자를 낸 총격 사건으로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백인 경찰을 겨냥한 인종갈등 성격의 총격 사건이었다는 점,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심각하게 미국 공권력에 피해를 입혔다는 점, 해외 전투 경험을 쌓은 참전용사가 매복해 있다가 경찰을 저격했다는 점 등에서 종전 총격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1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49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나온 대형 사고다.


흑백갈등 고조 … ‘매복 저격’ 麗?/strong>

8일 댈러스 경찰에 따르면 범인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은 경찰과의 대치 과정에서 “백인, 특히 백인 경찰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투입한 로봇이 폭탄을 터뜨려 사망하기 전까지 경찰관 5명을 죽이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민간인 2명도 다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계획된 백인 경찰 살해사건이란 측면에서 1972년 뉴욕 경찰 살해사건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자동화기로 무장한 흑인 민병대원들은 그해 1월27일 새벽 두 명의 뉴욕경찰을 죽인 뒤 언론사에 ‘더 많은 백인 경찰을 죽이겠다’고 편지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백인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흑인 사망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2014년 퍼거슨 사태, 지난해 볼티모어 폭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도했다. 퍼거슨 사태는 2014년 7월 뉴욕에서 에릭 가너가 백인 경찰에 목 졸려 죽고, 한 달 뒤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당시 18세인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퍼져나간 일을 말한다.

지난해엔 볼티모어에서 흑인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 체포 후 사망하면서 인종차별적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졌다. 이번 사건은 5일과 6일 루이지애나와 미네소타에서 연달아 백인경찰의 총에 맞아 흑인이 사망하자 촉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시위 과정에서 벌어졌다.

대럴 스티븐스 미국대도시경찰국장연합 사무국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을 향한 매복 총격은 1960~1970년대 흑인 민권운동, 베트남전 반전운동을 둘러싸고 경찰과 시위대 간 강렬한 긴장감이 조성됐을 때도 볼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흑백 갈등이 시위대가 총을 들고 나설 정도로 상처가 깊고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사회부적응 참전용사 … 관리제도 허점

이번 사건으로 참전용사 관리 제도의 허점도 주목받고 있다. 범인 존슨은 미국 육군 예비군에서 2009년 3월부터 6년여간 근무했다. 전쟁터인 아프가니스탄에도 배치돼 9개월간 근무했다.

그는 사건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존슨의 집에서는 폭발물 제조물질과 방탄복, 소총, 탄창, 개인 전술교본 등이 발견됐다. 매복 때는 방탄조끼를 입었다. 사격은 한 발 쏘고 쉬고 다시 쏘는 방식으로 침착하게 이뤄졌다. 그는 일기에 사격연습을 했다고 썼다.

댈러스 매복 총격 직전 테네시주에서 발생한 경찰관 총격 사건도 미군 출신 소행으로 밝혀졌다. 래킴 키언 스콧(37)은 7일 오전 집 앞을 지나던 차 등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1명이 사망하고, 경찰관 1명을 포함해 3명이 다쳤다. 스콧은 주한 미군 출신이다.

미국 언론은 두 사람이 별다른 전과기록이 없는 참전용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P통신은 “2014년 기준으로 하루 20명의 참전용사가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귀국 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후군(PTSD)’ 등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사회적 분노를 접했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25년 전 서부시대 총기 규정 그대로

이번 사건이 미국 정치권에 총기규제 도입을 위한 강한 바람이 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은 지난달 올랜도 사건 이후 테러 우려가 있는 인물 및 범법자에게 총기를 팔지 못하게 신원조회를 강화하자는 법안 등 4건을 발의했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미국 CBS방송은 “2011년 1월 발생한 게이브리얼 기퍼즈 전 하원의원 총격사건 이후 5년여간 총 100여건의 총기규제 법안이 발의됐으나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의회에서 총기사고 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사고는 늘어가고 있다. 2013년 총기 사고로 사망(자살 포함)한 미국인은 총 3만3636명이다. 하루 92명꼴이다. 4명 이상 사망한 사건만 372건이 발생했다.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4명 이상의 사망사건은 179건이었다.

사고가 많은 것은 총기 보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미국은 총 2억7000만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민간 총기보유량의 42%를 차지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1791년 헌법을 개정해 총기 소유권을 명문화했다. 서부개척시대 무법천지를 왕래하면서 무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제정한 헌법 규정을 225년간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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